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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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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관 특별전『고구려의 산수(山水)와 사신(四神)』(국립중앙박물관)

관리자 2010-03-31 00:00:00 조회수 4,267
ㅇ전시제목 : 고구려의 산수(山水)와 사신(四神)ㅇ전시 기간 : 2010. 3.3~7.25ㅇ전시유물 : 진파리 1호 무덤 청룡도(靑龍圖) 등 4건 4점이번 전시는 진파리 1호 무덤의 사신도(四神圖)와 산수도(山水圖)를 중심으로 고구려 후기 벽화 무덤에서 중심적 제재로 등장하는 사신(四神)의 의미와 우리나라 고대 회화의 세련된 발전 수준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     전傳동명왕릉 배후의 진파리 무덤군에 속하는 진파리 1호 무덤은 동명왕릉고분군 제 9호분이라 불리는 흙무지돌방무덤으로 무덤의 내부에 회를 바르고 그 위에 벽화를 그려 넣었다. 널방 네 벽에는 춤추듯 빠르게 흐르는 구름과 신비로운 기운을 가진 서조瑞鳥·연꽃·인동 무늬 등을 배경으로 사신(四神)이 그려져 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로 이루어진 사신四神은 동서남북의 네 방향,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계절, 하늘 사방의 28별자리와 관련있는 존재이며, 벽사辟邪와 음양조화陰陽調和를 뜻하는 신령스러운 동물이다. 사신이 본격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 한漢대부터이며,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전해져 고구려 무덤 벽화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었다. 고구려 무덤 벽화에서 사신은 해와 달, 별자리, 신령스러운 동물, 연꽃 등과 함께 내세를 이루는 한 요소로 무덤칸 천장에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5세기까지는 표현과 배치가 정형화되지 않아 기이하고 어색한 모습을 띄는 경우가 많고 쌍을 이뤄 나타나거나 일부가 생략되기도 하였다. 이후 사신에 대한 인식이 체계화되면서 사신은 신령스러운 동물 특유의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발전하였고 6세기 이후에는 벽화 내에서 사신의 비중이 높아져 무덤칸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사실상 유일한 주제가 되었다. 이로써 내세의 한 구성원에서 더 나아가 독자적 존재이며 무덤의 수호자로 변화된 사신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데, 진파리 1호 무덤은 이를 대표하는 고구려 후기 벽화 무덤 중의 하나이다. 진파리 1호 무덤에 등장하는 청룡과 백호는 S자형으로 휜 목, 세장한 몸체, 계단식으로 올라간 꼬리를 가진 모습으로 날개와 깃털을 휘날리며 앞발을 내딛고 있으며, 두 날개를 활짝 편 채 마주 보고 있는 주작 한 쌍은 매우 동적으로 표현되었다. 특히, 현무가 위치한 북벽의 좌우 낮은 언덕 위로 대칭을 이루며 서 있는 소나무는 우리나라 고대의 산수 표현 중 가장 세련된 것이라 할 만하다. 구도상 특징이나 바람에 날리는 듯 유연한 모습의 나무 표현에서는 6세기 남북조 회화의 영향이 엿보여 두 지역간 문화 교류를 말해 주며, 우리나라 고대 산수화의 발달 정도를 엿볼 수 있다.     초기 고구려 무덤 벽화 속에서 산수는 수렵도 안에서 자주 묘사되었다. 5세기에는 상징적이고 도안적인 방식으로 산악과 나무를 묘사하였는데, 덕흥리 무덤과 약수리 무덤, 무용총의 수렵도에는 나무 판자를 오려 일직선상에 늘어놓은 듯 평면적 산이 등장하고 산봉우리에 서 있는 나무들 역시 버섯처럼 단순하다. 이 때, 가까운 산은 흰색, 그 뒤의 것은 붉은색, 먼 것은 노란색으로 채색하여 원근을 표현하였다. 한편, 장천 1호 무덤의 수렵야유회도에는 활엽과 침엽 열매가 함께 난 신비한 나무가 표현되어 있는데, 앞선 시기 각저총에도 가지가 부자연스럽게 'X’자로 교차하고 잎이 가지 끝에서 버섯 갓 모양을 이루고 있는 형상의 나무가 여러차례 등장한다. 이렇게 벽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나무는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이며 생명의 근원으로 나무를 이해했던 고대인의 의식과도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6세기 이후 벽화에서는 세련되고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데, 산 능선을 따라 엷게 담채淡彩를 가하여 제한적이나마 산의 부피감을 나타내었고 가까운 산은 크고 뚜렷하게, 먼 산은 가까운 산과 거리를 두고 작고 희미하게 묘사함으로써 산의 원근을 알 수 있게 하여 화면 자체에 공간감을 부여하였다. 또한, 나무 역시 유려하게 뻗어오른 줄기와 구불구불한 잔가지, 변화있는 농담으로 표현한 연한 녹청색의 나뭇잎 등 사실적 자태로 형상화하였다. 이번에 소개되는 진파리 1호 무덤을 비롯해 진파리 4호 무덤, 강서대묘, 강서중묘, 내리 1호 무덤 등에 그려진 벽화에서 이러한 산수도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 무덤들이다.